[차상식] 꽃도 안 넣었는데 꽃향이? 우롱차는 왜 꽃향이 날까

차를 하나씩 알아가다 보니 또 신기한 걸 발견했습니다.
우롱차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어요.
“은은한 꽃향이 난다.”
처음에는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꽃향이 난다니 찻잎에 꽃을 같이 넣었겠지?
그런데 아니랍니다.
꽃 한 송이 넣지 않은 우롱차에서도 난초나 치자꽃 같은 향이 느껴질 수 있다고 해요.
꽃도 안 넣었는데 꽃향이라니.
에잇, 날 우롱하는구나! ㅎㅎ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게 우롱차의 꽤 재미있는 특징이었습니다.
우롱차는 어떤 차일까?
우리가 마시는 녹차, 우롱차, 홍차는 완전히 다른 식물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같은 차나무인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의 잎으로 만들 수 있어요.
차이가 생기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산화와 가공 방법입니다.
녹차는 산화를 빠르게 억제해 찻잎의 풋풋하고 싱그러운 느낌을 살리는 반면, 홍차는 산화를 충분히 진행시켜 짙은 색과 풍부한 향을 만들어냅니다.
우롱차는 그 사이에 있습니다.
찻잎을 시들리고 흔들어 잎 가장자리에 자극을 주면서 부분적으로 산화시킵니다.
그래서 우롱차는 하나의 맛으로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산화 정도와 품종, 산지, 로스팅 방법에 따라 싱그러운 향부터 꽃향, 과일향, 꿀향, 구수한 향까지 상당히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꽃을 안 넣었는데 어떻게 꽃향이 날까?
여기가 제가 가장 궁금했던 부분입니다.
찻잎에는 원래 다양한 향기 성분이 존재하고,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 구성과 우리가 느끼는 향이 달라집니다.
찻잎을 시들리고 흔들고 산화시키고 열을 가하는 과정에서 여러 향기 성분이 형성되거나 변화하면서 꽃이나 과일을 떠올리게 하는 향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우리가 말하는 ‘꽃향’은 반드시 실제 꽃에서 나온 향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와인에서 포도를 마시면서도 사과, 체리, 꽃, 바닐라 같은 향을 표현하는 것과 조금 비슷하게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워요.
꽃이 들어 있다 → 꽃향이 난다
이것만 가능한 게 아니라
찻잎 자체의 향 → 우리가 꽃향과 비슷하다고 느낀다
이런 경우도 있는 겁니다.
이걸 알고 나니 ‘꽃향 나는 우롱차’라는 표현이 전혀 다르게 들리더라고요.
우롱차의 꽃향으로 유명한 철관음
우롱차를 알아보다 보면 자주 만나게 되는 이름이 철관음(鐵觀音)입니다.
중국 푸젠성 안시 지역으로 유명한 우롱차인데요.
철관음 가운데 특히 비교적 가볍게 산화·가공된 스타일에서는 난초나 여러 꽃을 연상시키는 화사한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에도 반드시 난초를 넣는 것은 아닙니다.
찻잎 자체가 만들어내는 향의 세계인 거죠.
그래서 다음에 철관음을 마시게 된다면 저는 향부터 맡아볼 생각입니다.
‘아, 이게 사람들이 말하던 꽃향인가?’
이제 조금 아는 척도 해보고요. ㅎㅎ
그렇다면 진짜 꽃을 넣은 우롱차도 있을까?
있습니다.
여기서 한 번 더 헷갈립니다.
대표적으로 계화우롱처럼 계화, 즉 오스만투스 꽃의 향을 입혀 만든 차가 있습니다.
이런 차는 우롱차 자체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꽃향과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찻집에서 아주 화사한 꽃향의 우롱차를 만났다면 이렇게 물어봐도 좋겠습니다.
“이 꽃향은 찻잎 자체의 향인가요? 꽃으로 향을 입힌 차인가요?”
예전 같으면 그냥 ‘꽃향 나는 차구나’ 하고 마셨을 텐데, 이 한 가지를 알고 나면 차 한 잔을 마시는 재미가 조금 달라질 것 같습니다.
꽃 없는 꽃향, 이제야 이해했다
저는 우롱차라는 이름은 수도 없이 들어봤지만 꽃향이 특징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실제 꽃을 넣지 않아도 그런 향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이번에 제대로 알았습니다.
차를 공부하다 보니 재미있는 게 바로 이런 부분이에요.
처음에는
“꽃도 안 들어갔는데 무슨 꽃향이야?”
싶었는데 알고 나면 찻잎 하나에서 이렇게 여러 향이 만들어진다는 게 더 신기합니다.
다음에 카페나 여행지에서 우롱차를 만나면 그냥 마시지 말고 먼저 향부터 맡아봐야겠습니다.
혹시 정말 꽃향이 느껴진다면?
그때는 속으로 한마디 해야죠.
“그래, 이번에는 제대로 우롱당해주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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