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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 뇌에 인간 뇌 오가노이드 이식했더니…90% 넘게 채워졌다

읽는 시간 약 6분
인간 뇌 오가노이드

뇌의 90% 이상이 인간 세포로 채워진 생쥐, 뇌 연구가 새로운 단계로 들어섰다

처음 기사를 보고 제목을 다시 한번 읽어봤습니다.

뇌의 상당 부분이 없는 생쥐에게 인간의 뇌 오가노이드를 이식했더니, 생쥐의 대뇌피질 조직 대부분이 인간 유래 조직으로 채워졌다.

SF 영화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로, 논문은 2026년 9월 16일 국제학술지 Nature에 발표됐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xenocortication’, 우리말로 풀면 일종의 이종 대뇌피질 형성 연구로 설명합니다. (Nature)

무엇을 한 연구일까?

연구진은 발생 단계에서 신피질과 해마 대부분이 형성되지 않도록 만든 특수 생쥐를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만든 대뇌피질 오가노이드를 어린 생쥐의 뇌에 이식했습니다.

여기서 오가노이드는 실제 사람의 뇌를 축소해 놓은 완전한 ‘미니 뇌’라기보다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특정 뇌 조직의 발달과 특징을 재현한 3차원 세포 조직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Stanford Medicine)

놀라운 건 그다음입니다

인간 유래 조직은 생쥐의 뇌 안에서 단순히 살아남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식 약 3개월 뒤에는 생쥐의 대뇌피질 조직 부피 중 90% 이상이 인간 유래 조직으로 채워졌고, 인간 신경세포는 생쥐의 신경계와 연결되면서 척수 방향으로도 신경 돌기를 뻗었습니다. (Stanford Medicine)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습니다.

연구진은 기존의 실험실 배양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폰 에코노모 뉴런(von Economo neuron)과 유사한 세포도 관찰했습니다. 이 세포는 인간을 비롯해 일부 큰 뇌를 가진 사회적 동물에서 발견되며, 인간에서는 사회적 인식과 의사결정에 관련된 영역에서 관찰됩니다. (Stanford Medicine)

그런데 왜 생쥐의 뇌를 비워야 했을까?

여기가 이번 연구의 핵심입니다.

이전에도 인간 뇌 오가노이드를 설치류에 이식하는 연구는 있었습니다. 스탠퍼드 연구진 역시 2022년 인간 대뇌피질 오가노이드를 갓 태어난 쥐의 뇌에 이식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설치류의 뇌세포는 인간 신경세포보다 빠르게 발달합니다. 좁은 두개골 안에서 인간 세포와 설치류 세포가 공간과 연결망을 두고 경쟁하게 되는 셈입니다.

이번에는 아예 생쥐의 대뇌피질 상당 부분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해 인간 조직이 성장할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Nature가 이번 연구의 중요한 혁신으로 짚은 부분도 바로 이 점입니다. (Stanford Medicine)

이 연구가 정말 중요한 이유

사람의 살아 있는 뇌를 연구 목적으로 마음대로 관찰하거나 실험할 수는 없습니다.

반면 배양접시 속 오가노이드는 혈액 공급이나 감각 입력, 운동 출력, 다른 신경계와의 연결 등을 완전하게 재현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모델은 그 중간에 새로운 실험 공간을 만든 셈입니다.

인간 유래 신경세포가 살아 있는 생명체 안에서 성장하고, 다른 신경회로와 연결되고, 손상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연구진은 저산소 환경을 이용해 인간 유래 대뇌피질 조직이 어떻게 손상되는지도 조사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런 모델이 향후 발달 단계의 뇌 손상이나 신경발달질환의 기전을 연구하고 치료 후보를 시험하는 플랫폼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Nature)

그렇다면 ‘인간의 뇌를 가진 쥐’일까?

이 부분은 자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쥐가 인간의 뇌 전체를 갖게 된 것도 아니고 인간의 의식이나 사고 능력을 갖게 됐다는 연구도 아닙니다.

연구진은 운동 및 인지 행동을 체계적으로 검사했고, 인간 세포를 이식한 생쥐의 전반적인 행동 수행은 정상 생쥐와 대체로 비슷했다고 보고했습니다. (Stanford Medicine)

다만 연구가 발전할수록 윤리적인 질문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연구진 역시 이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생명윤리 전문가 등의 지속적인 검토 아래 진행됐으며, 향후 이런 연구 역시 윤리 전문가와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진행해야 한다고 논문에 명시했습니다. (Nature)

과학이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 놀랍다

이번 연구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90%’라는 숫자 자체만은 아닙니다.

배양접시 안에서 관찰하던 인간의 뇌 조직을 살아 있는 신경계 안에서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뇌 발달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되는지, 산소 부족으로 인간의 신경세포가 어떻게 손상되는지, 특정 뇌질환은 어떤 세포에서 시작되는지.

지금까지 직접 들여다보기 어려웠던 질문들을 연구할 새로운 창문이 하나 열린 셈입니다.

물론 이것이 당장 사람의 손상된 뇌를 오가노이드로 채워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번 연구는 어디까지나 동물모델을 이용한 기초·전임상 연구 플랫폼의 발전입니다.

그럼에도 ‘인간의 뇌를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라는 오랜 난제에 상당히 독특한 답 하나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연구입니다.

Nature 원 논문 보기
Stanford Medicine 연구 소개

hansongi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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